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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서울시향, 부활의 시작!

 

지난 1월 4일과 5일 서울시향은 재단설립 이후 초대 음악감독이었던 정명훈의 지휘로 신년음악회를 열었습니다. 모처럼의 회포를 풀 듯, 감동적인 연주였다고 하네요. 2005년 재단 설립 이후 서울시향의 어설펐던 첫 공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서울시향의 연주력이 감개무량하기만 합니다. 역시 <베토벤 바이러스>의 히어로 강마에의 명언대로 “오케스트라를 완성시키는데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2015년은 서울시향에게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마가 끼인다)’의 해였지요. 유럽투어를 성공리에 마치고 한창 순조롭게 진행 중이던 서울시향의 항해는 정명훈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엄습한 큰 파고를 마주했습니다.

​선장이 부재한 가운데, 대다수가 침몰을 비관적으로 전망했지만 서울시향은 그 예상을 비껴갔습니다. 일찍이 글로벌 오케스트라로서 닦아놓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지요.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들을 객원지휘자 및 협연자로 적극적으로 섭외하며 서울시향의 프로그램 라인업은 오히려 더욱 다채롭고 화려해졌습니다. 다행히 바로 직전에 마쳤던 유럽투어의 성공도 이런 섭외력에 큰 몫을 했습니다. 사실 청중의 입장에서는 지휘봉을 든 손이 바뀔 때 마다 달라지는 악단의 사운드와 해석을 감상하는 것이 쏠쏠한 시간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진행된 객원지휘체제 아래에서 서울시향은 더불어 자신들과 상생할 수 있는 다음 선장을 신중하게 물색했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와 실력을 넘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동반자 후보들과의 궁합을 알아보고 있었죠. 오랜 논의와 교섭 끝에 서울시향은 마침내 자신들의 공석을 메워줄 새로운 적임자를 찾았으니, 바로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입니다. 

벤스케는 전임 음악감독인 정명훈과 동갑인 1953년생입니다. 본래는 클라리넷 연주자로 헬싱키 필하모닉 수석단원을 역임했죠. 벤스케는 단원으로서 익힌 오케스트라 경험이 지휘를 하면서 단원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무명에 가까웠던 핀란드 라티 심포니(1988-2008)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2003-)를 세계적인 악단으로 발전시켜 ‘오케스트라 빌더(Orchestra bilder)’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합니다. 

벤스케와 서울시향의 첫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호사다마’의 해였던 2015년에 있었습니다. 시벨리우스의 ‘포욜라의 딸’과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했던 당시 프로그램은 단원들, 그리고 청중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바로 다음 러브콜이 예상되었지요. 이후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공연을 가지며 더욱 유대가 깊어졌습니다. 

새로운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2020년은 서울시향에게 여러모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벤스케가 임기를 시작하는 첫 해이기도 하지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말러 탄생 160주년이기도 한 해이기 때문이죠. 이 두 작곡가의 교향곡들은 오스모 벤스케의 장기이기도 합니다. 그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베토벤 및 말러 교향곡 음반들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바 있지요.

2월 14일과 15일 펼쳐지는 ‘음악감독’ 벤스케와 서울시향의 첫 공연은 마침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입니다. 작곡한 작품을 초연할 때마다 청중들의 몰이해로 욕을 죽도록 먹던 말러였지만 이 곡만큼은 생전에도 예외적으로 당대 청중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처럼 성악가와 합창단이 동원되는 이 교향곡을 통해 말러는 인간은 죽음을 통해 부활하여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이 곡도 마찬가지로 벤스케가 2017년부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진행 중인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19년에 녹음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1월에 전임 음악감독과 회포를 불며 지난 어려움의 시간을 아름답게 정리한 서울시향이 벤스케와의 새로운 인연을 발판으로 제목 그대로 ‘부활’의 날개를 다시 펼치길 기대해 봅니다.

​글 ㅣ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 

* KOPIS 공식 블로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