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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웃는남자] 뮤지컬 히트메이커 EMK 뜯어보기

 

여러분은 뮤지컬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음악? 대본? 아니면 배우? 혹시 작품의 제작사가 판단 기준이 될 때는 없나요? 분명 다른 제목과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도 어떤 제작사가 만드는 뮤지컬은 묘하게 같은 냄새(?)를 풍기곤 하거든요. 이 말인즉,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뮤지컬 제작사를 찾는다면 만족할 만한 공연을 찾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창작뮤지컬까지 전천후로 명작들을 탄생시키는 제작사이자, 이번 겨울에도 <레베카>와 <웃는 남자>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인 뮤지컬 제작사 EMK만의 ‘시그니처’에 대해서 한 번 들여다 볼까요? 


>> EMK, 유럽 뮤지컬을 만나볼래? <<

​2010년까지 한국에 소개되던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은 주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작품이 대부분이었죠. 이 흐름을 바꾸어놓은 것이 바로 EMK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죠. 2010년 한국 초연한 <모차르트!>는 독일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헝가리 출신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탄생시킨 작품인데요.

당시만 해도 낯설게 느껴졌던 오스트리아 뮤지컬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이후에도 쿤체-르베이 콤비의 <엘리자벳>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등 유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뮤지컬들을 라이선스로 무대에 올렸고 ‘유럽뮤지컬’ 마니아 관객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덕분에 <모차르트!>는 2020년 10주년 공연을 예정하고 있고, 현재 공연 중인 <레베카>는 연일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죠.

지구 정반대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어떻게 한국 관객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까요?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는 ‘감정’을 그 원인으로 꼽습니다. “브로드웨이와 달리 쇼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드라마를 강조하는 ‘드라마 뮤지컬’로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한국 관객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요. 


>> 한국 감성 물씬 <<

그렇지만 이런 점잖은(?) 분석만으로는 유럽 뮤지컬 열풍을 설명하기 어렵죠. 무엇보다 EMK 작품의 매력은 고급스러운 유럽 뮤지컬 안에 진하게 녹아있는 ‘한국 드라마 감성’이 아닐까 합니다. 대륙을 뛰어넘어 한류를 불러일으키는 ‘한드’만의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탄생의 비밀? 막장 전개? 고부 갈등? 네, 맞습니다. 앞선 모든 요소들이 라이선스와 창작을 막론하고 EMK 뮤지컬에는 하나씩 등장합니다. 작품별로 살짝 들여다 볼까요? <엑스칼리버>의 아더와 <웃는남자>의 그윈플렌, 그리고 <팬텀>의 팬텀은 모두 탄생의 비밀로 방황하는 운명을 안고 있는 비련의 주인공들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작품명을 기재하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살인을 숨겨주고, 불륜으로 낳은 자식을 음습한 지하에 숨겨두고 기르거나, 심지어 사람이 아닌 죽음이라는 존재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죠. 우유부단하다 못해 외도를 저지르는 남편,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갑갑한 시댁살이에서 “난 자유를 원해~”라는 절박한 외침은 오스트리아의 황후(<엘리자벳>)뿐 아니라 한국 여성들 또한 공감하기에 충분합니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막장’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대본이 관객들을 이야기에 단숨에 몰입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 매력 뿜뿜! 여성캐릭터의 활약 <<

EMK 뮤지컬의 특징 중 하나는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마타하리>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여성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타이틀롤이 남성 캐릭터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을 관람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모차르트!> 중 남작부인이 부르는 ‘황금별’을 흥얼거릴 수 있다거나, 아더왕의 성장기인 <엑스칼리버>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장면은 이복 누나 모르가나의 신비로우면서도 강렬한 넘버이거든요. 

꼭 카리스마가 넘치는 캐릭터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마침내 파리 오페라극장의 프리마돈나 자리에 오르는 크리스틴(<팬텀>)과 자신을 향한 편견과 우려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당당하게 헤쳐나가며 오히려 주변을 포용하는 ‘나’(<레베카>)는 외유내강의 힘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니까요. 그 매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요? 

​이번 겨울에는 ‘레베카’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3옥타브를 넘나드는 소름끼치는 가창력으로 객석을 압도하는 댄버스 부인(레베카)이나, 그윈플렌에게 푹 빠져 그에게 적극적으로 유혹의 손길을 뻗으며 ‘덕질은 이렇게’를 보여준 조시아나 공작부인(웃는 남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어서 예매창으로 달려가시죠! 


글 ㅣ 김은아 (씨어터플러스 기자)

* KOPIS 공식 블로그에 실린 글 입니다.